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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학 주요 내용

신공공관리론(New Public Management, NPM): 시장 논리를 도입한 행정 개혁

by 40대 유학&여행 2025.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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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학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발전해왔다. 20세기 중반까지의 행정학은 효율성과 합리성을 중시한 전통적 관료제 모델을 따랐지만, 1980년대 이후 정부의 역할과 운영 방식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등장했다. 특히, 공공 부문이 비효율적이고 관료적이라는 비판이 커지면서, 기업 경영 방식을 공공 부문에 도입하는 신공공관리론(New Public Management, NPM)이 대두되었다.

 

신공공관리론은 정부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민간 경영 기법을 도입하는 행정 개혁 모델로, 시장 경쟁 원리를 활용하여 정부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전통적 관료제 모델에서 강조했던 법과 절차 중심의 행정과는 달리, 성과 중심 행정과 경쟁을 통한 효율성 제고를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글에서는 신공공관리론이 등장하게 된 배경과 주요 학자들, 핵심 개념과 특징, 신공공관리론의 한계와 현대 행정에 미친 영향을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신공공관리론의 등장 배경과 주요 학자

정부 실패(Government Failure)와 공공 부문의 비효율성

신공공관리론은 1980년대 서구 국가들에서 시작된 행정 개혁의 일환으로 등장했다. 1970년대까지 공공 부문은 복지국가 모델을 바탕으로 정부가 직접 정책을 설계하고 서비스 제공을 담당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첫째, 정부 실패(Government Failure)가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었다. 공공 부문이 비대해지면서 관료적 비효율성(Bureaucratic Inefficiency)이 심화되었고, 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비효율적이고 낭비적이라는 비판이 커졌다.

 

둘째, 1970년대 경제 위기가 신공공관리론의 확산을 촉진했다. 석유 파동으로 촉발된 경제 불황 속에서 정부의 역할이 지나치게 커졌으며, 국가 재정이 악화되면서 공공 부문 개혁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셋째, 신자유주의(Neoliberalism)의 확산이 신공공관리론의 이론적 기반이 되었다. 1980년대 영국의 마거릿 대처(Margaret Thatcher)와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은 시장 중심 경제와 작은 정부(Small Government)를 강조하며, 공공 부문 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주요 학자와 사상

신공공관리론은 여러 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체계화되었다. 대표적인 학자로는 데이비드 오스본(David Osborne)과 테드 개블러(Ted Gaebler), 크리스토퍼 후드(Christopher Hood), 얀-에릭 레인(Jan-Erik Lane) 등이 있다.

  • 데이비드 오스본과 테드 개블러: 저서 『정부를 혁신하는 길(Reinventing Government)』에서 기업가적 정부(Entrepreneurial Government) 개념을 제시하며, 정부가 민간 기업처럼 효율적이고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 크리스토퍼 후드: 신공공관리론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학자로, 신공공관리론의 주요 개념과 특징을 정리하며 행정 개혁 방향을 제시했다.
  • 얀-에릭 레인: 공공 부문에 시장 원리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정부의 역할을 축소하고 민간 부문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이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신공공관리론은 정부 개혁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았으며, 이후 많은 국가에서 이를 기반으로 한 행정 개혁이 진행되었다.


신공공관리론의 주요 개념과 특징

성과 중심 행정(Performance-Based Administration): 결과를 최우선으로

신공공관리론의 핵심 개념 중 하나는 성과 중심 행정(Performance-Based Administration)이다. 이는 전통적인 행정이 법과 절차 중심으로 운영되었던 것과 달리, 성과와 결과를 중시하는 행정 방식을 의미한다.

 

정부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성과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한 정도에 따라 평가와 보상을 차등화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성과 중심 행정은 기업 경영 방식에서 차용한 개념으로, 정부 조직도 성과 지표(Key Performance Indicators, KPI)를 활용하여 관리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따른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많은 국가에서 공공 부문 개혁을 단행했다. 예를 들어, 영국의 ‘다년간 공공서비스 계약(PSA, Public Service Agreement)’ 제도는 정부 부처마다 명확한 성과 목표를 설정하고, 그 달성 정도에 따라 예산 배분을 차등화했다. 미국에서도 클린턴 행정부의 ‘정부 성과 및 결과법(GPRA, Government Performance and Results Act)’이 도입되어 공공기관의 성과 평가를 의무화했다.

 

성과 중심 행정의 또 다른 중요한 특징은 책임성과 자율성의 균형이다. 과거의 전통적 관료제에서는 행정 절차를 엄격히 규정하여 공무원들에게 높은 책임을 부여했지만, 신공공관리론에서는 성과를 중시하면서도 행정 조직에 더 많은 자율성을 부여한다. 이를 통해 각 부서가 보다 창의적이고 능동적으로 정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목표다.

시장 원리 도입: 경쟁과 민간 부문의 활용

신공공관리론에서는 공공서비스 제공 방식에 시장 원리를 도입하여 경쟁을 촉진하고 효율성을 높이고자 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민영화(Privatization)민간 위탁(Outsourcing)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 민영화: 정부가 직접 운영하던 공기업이나 공공서비스를 민간 기업에 매각하여 운영하도록 하는 방식
  • 민간 위탁: 정부가 공공서비스의 운영을 민간 기업에 맡기되, 정부는 정책 방향과 감독 역할을 수행하는 방식

대표적인 사례로는 영국 대처 정부의 British Airways, British Gas, British Telecom 민영화와 미국에서 시행된 교도소, 쓰레기 수거 등의 민간 위탁 사례가 있다.

 

이러한 정책은 정부가 시장 원리를 활용하여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다. 특히, 경쟁입찰(Competitive Bidding) 시스템을 통해 민간 기업 간 경쟁을 촉진하고,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했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는 철도 서비스 운영을 민간 기업 간 경쟁을 통해 제공하는 방식을 도입하여 운영 효율성을 높였다.

 

하지만 이러한 시장 원리 도입이 항상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 것은 아니다. 공공서비스가 지나치게 민영화될 경우, 시장 논리에 의해 서비스의 형평성이 저하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영국의 철도 민영화 이후, 요금이 상승하고 서비스 품질이 저하되는 문제점이 발생한 사례가 있다.

작은 정부(Small Government)와 정부 조직 개혁

신공공관리론에서는 작은 정부(Small Government) 개념을 강조하며, 정부의 역할을 줄이고 민간과 협력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이를 위해 공무원 수를 줄이고, 정부 조직을 축소하며,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이 추진되었다.

 

대표적으로 뉴질랜드와 영국에서는 공공부문 감축과 규제 개혁을 통해 신공공관리론을 적용한 바 있으며, 한국에서도 정부 조직 개편과 민간협력 강화 등의 형태로 신공공관리 개혁이 이루어졌다.

 

작은 정부 개념은 단순히 공무원 수를 줄이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역할을 보다 전략적으로 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정부는 필수적인 기능(안전, 국방, 법 집행 등)에 집중하고, 나머지 서비스는 민간과 협력하여 제공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법은 1990년대 미국에서 클린턴 행정부가 추진한 "정부 재창조(Reinventing Government)" 운동을 통해 적극적으로 도입되었다. 정부 조직을 축소하면서도 민간과 협력하는 방식을 강화하여 행정의 유연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였다.

고객 중심 행정(Customer-Oriented Administration)

신공공관리론에서는 공공서비스의 제공 방식을 기업과 유사하게 운영해야 한다고 보고, 시민을 단순한 정책 대상자가 아니라 ‘고객(Customer)’으로 간주했다. 이에 따라 행정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고객 만족(Customer Satisfaction)을 중요하게 고려하는 정책이 등장했다.

 

이를 위해 많은 정부 기관이 고객 서비스 헌장(Citizen’s Charter)을 도입했다. 이는 공공기관이 시민들에게 어떤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명확히 선언하는 문서로, 영국과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채택되었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는 1991년 존 메이저(John Major) 정부가 '시민 헌장(Citizen’s Charter)'을 발표하여 공공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했다.

고객 중심 행정은 이후 전자정부(E-Government)와 결합되면서 더욱 발전했다. 온라인을 통해 민원 서비스를 간소화하고, 공공기관의 서비스 품질을 평가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고객 중심의 공공서비스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다.


신공공관리론의 한계와 현대 행정학에 미친 영향

신공공관리론의 한계

신공공관리론은 정부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지만, 여러 한계를 드러냈다.

 

첫째, 공공성이 약화될 위험이 있었다. 공공 부문에서 경쟁과 시장 논리를 강조하다 보면, 소외 계층에 대한 서비스가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둘째, 성과 중심 행정이 단기적 성과에 집중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공공 부문은 장기적인 공익을 고려해야 하지만, 신공공관리론에서는 단기적 효율성과 성과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셋째, 정부의 책임성과 민주성이 저하될 위험이 있었다. 정부 기능이 민간 부문에 위탁되면서 행정 서비스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고, 시민의 정책 참여 기회가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했다.

현대 행정학에 미친 영향

신공공관리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후 신공공서비스론(New Public Service, NPS)뉴거버넌스(New Governance)가 등장했다.

 

신공공서비스론은 "정부는 고객이 아니라 시민을 위한 봉사자"라는 개념을 강조하며, 신공공관리론의 시장 논리를 보완하고자 했다.

 

뉴거버넌스는 정부, 민간, 시민사회가 협력하여 행정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신공공관리론의 지나친 시장 중심 접근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이처럼 신공공관리론은 현대 행정학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으며, 이후 다양한 행정 개혁 논의의 토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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