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탄핵 찬반 갈등, 광화문 집회로 본 한국 정치 양극화의 민낯

광장의 풍경, 하나의 나라 두 개의 목소리 – 2025년 3월 22일 광화문 현장

2025년 3월 22일, 서울 광화문은 다시금 한국 정치의 중심 무대로 떠올랐습니다. 이날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린 날로, 광화문 광장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인파로 가득 찼습니다. 참가자들은 ‘탄핵 무효’, ‘STOP THE STEAL’이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과 배지를 들고 구호를 외쳤고, 이는 단순한 정치적 시위를 넘어 한국 사회의 깊은 균열을 드러내는 상징적 장면이 되었습니다.

 

집회는 자유통일당과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 등의 단체가 주도했으며, 주최 측은 약 20만 명의 참석자를 신고했고 경찰 추산으로도 2만여 명이 모인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현장에는 70대 이상의 고령층이 다수를 이루었지만, 일부 청년 발언자들도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며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한편, 광장 반대편에는 윤 대통령 탄핵을 찬성하는 이들도 모여 조용히 피켓을 들고 의사를 표현했습니다.

 

이날의 광화문은 단순한 정치적 시위 공간이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의 갈라진 민심과 가치관이 생생히 부딪힌 현장이었습니다. 서로 다른 목소리들이 한 공간에서 동시에 울려 퍼지며, 우리는 지금 이 사회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광장 정치의 역사 – 거리의 목소리는 어디서 왔나

광장 정치는 한국 사회의 중요한 문화이자 민주주의의 상징적 표현 수단으로 자리 잡아왔습니다. 1987년 6월 항쟁에서 시작된 거리 시위 문화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낸 촛불혁명으로 이어졌고, 이들은 실제 정치 변화를 이끌어낸 시민 참여의 힘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광장 정치는 점차 분열과 정쟁의 상징이 되어갔습니다. 동일한 공간에서 상반된 목소리가 동시에 울려 퍼지며, 정치적 목적을 가진 세력들이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광장은 더 이상 순수한 시민 발언대가 아닌, 정치 대립의 최전선이 된 셈입니다.

 

2025년의 광화문 집회는 과거의 시위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면서도, 정반대의 목적과 메시지를 담고 있었습니다. 정권 퇴진을 외쳤던 이들이 이제는 정권을 지키자고 외치고 있고, 헌법 수호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반대편에서 다시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이 역설적인 장면은 한국 사회의 정치문화가 얼마나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무엇이 이토록 사회를 갈라놓았는가?

한국 사회는 오랜 시간 동안 이념, 세대, 지역, 계층 간 갈등이 누적돼 왔습니다. 이번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갈등은 단순히 한 정치인의 거취 문제를 넘어서, 자유 대 평등, 보수 대 진보, 과거 대 미래라는 가치관의 충돌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고령층은 국가 안보와 질서, 전통적 가치 수호를 중시하며 “아이들에게 이런 나라를 물려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반면 일부 청년층과 진보 시민들은 “법치와 헌법을 수호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며 탄핵 지지를 보냈습니다. 이는 단순한 세대 갈등이 아닌, 세계관 자체의 충돌로 보아야 합니다.

 

정치는 이처럼 민감한 사안을 통합적으로 조율하고 해소하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오히려 정치권이 갈등을 방치하거나 조장함으로써 시민들은 더욱 극단적인 정체성 정치로 몰리고 있습니다. 언론과 유튜브, 커뮤니티 등은 이러한 갈등을 자극적으로 재생산하고 있으며, '우리 편'과 '적'이라는 이분법이 공고해지고 있습니다.

광장은 ‘민주주의의 심장’인가, ‘정치의 전장’인가?

광장은 원래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표현될 수 있는 민주주의의 공간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광장은 의견을 나누는 공간을 넘어, 상대 진영을 향한 분노와 증오가 표출되는 공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법적 판단이 내려지기도 전에 정치적 선동이 벌어지고, 각자의 확신이 ‘진실’로 포장되어 상대방을 악으로 몰아가는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민주주의의 본질을 점점 잃고 있습니다.

 

정치적 표현은 당연히 보호되어야 하지만, 그것이 헌법 위에 서거나, 제도 질서를 무시하며 자신들의 의지를 절대화할 때 사회 전체가 위험에 빠지게 됩니다. 특히 정치 지도자나 언론이 갈등을 조장하거나 방관한다면, 우리는 공동체로서의 기능을 상실할지도 모릅니다.

 

이제는 갈등을 넘어 대화와 타협으로 나아가야 할 시점입니다. 서로 다른 생각이 충돌할 때, 그것을 억누르기보다 공론장에서 논의하고 제도로 해결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합니다. 진짜 민주주의는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의 발언권까지 지켜주는 태도에서 시작됩니다.

결론 –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한 첫걸음은?

광화문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모두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나온 것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는 순간, 그 외침은 사회 통합보다는 분열을 낳게 됩니다. 지금 한국 사회에 필요한 것은 내가 옳다는 확신보다, ‘왜 저 사람은 그렇게 생각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성찰입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이는 곧 다양한 의견이 충돌하되 궁극적으로는 제도와 절차를 통해 해결해 나가는 체계를 의미합니다. 지금의 광화문이 보여준 분열은 한국 사회가 치유해야 할 과제이며, 동시에 그 치유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새로운 갈등이 아니라, 서로를 향한 이해와 존중입니다. 민주주의의 진정한 힘은 다름을 인정하고도 함께 살아가는 데서 나옵니다. 2025년의 광화문은 그 진통을 보여주는 거울이며, 동시에 다시 하나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물음표를 던진 상징적 공간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