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대한민국의 새로운 경제 수도가 탄생한다. 바로 대전광역시와 충청남도의 통합으로 탄생하는 ‘대전충남특별시’다. 1989년 분리된 지 37년 만에 다시 하나로 합쳐지는 이 대형 행정개편은 단순한 지역 통합을 넘어, 국가 대개조의 시작이자 수도권 집중 해소의 새로운 실험으로 주목받고 있다.
1. 대전·충남 통합, 왜 지금인가?
대전과 충남의 통합 논의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2025년 들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불과 통합 선언 한 달 만에 민관협의체가 출범했고, 109일 만에 특별법 초안이 발표됐다. 행정통합을 뒷받침할 법적 장치로 마련된 ‘대전충남특별시 설치 및 경제과학수도 조성을 위한 특별법’은 9월 정기국회 제출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계획대로라면 내년 7월 ‘대전충남특별시’가 공식 출범하게 된다.
이번 통합의 배경에는 수도권 일극 체제의 구조적인 문제와 지방 소멸 위기라는 시대적 과제가 있다. 수도권은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몰려 있고, 지역내총생산(GRDP)도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반면 지방은 인구 감소, 청년 유출, 산업 기반 약화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는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초광역 경제권 구축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전충남특별시는 단순한 행정구역 통합이 아니다. 경제, 과학, 교육, 복지, 교통 등 다방면에서 ‘국가 미래 성장축’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의도다. 미국 주정부나 일본 오사카, 샌프란시스코처럼 독자적인 경제권과 자율권을 가진 도시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이 명확하다.
통합 추진의 속도 또한 인상적이다. 5월에는 주민 여론조사, 6월까지 특별법 최종안 마련, 이후 시도의회 의견 수렴을 거쳐 9월 국회에 입법 제출이라는 일정표는 '파죽지세'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 이는 그만큼 행정통합에 대한 지자체의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2. 특별법이 담은 핵심 내용은?
민관협의체가 마련한 특별법 초안에는 총 12개 과제, 255개 권한 이양과 재정 특례가 담겨 있다. 이 초안에 따르면 대전시와 충남도는 폐지되고, 시·군·구 기초지자체는 그대로 존속한다. 통합 청사는 현재 대전시청과 충남도청을 그대로 활용하게 되며, 거대한 물리적 행정 재편 없이도 새로운 특별시가 운영될 수 있게 설계되었다.
핵심은 국가로부터의 권한 이양과 재정 확보다. 특별시는 연간 8조 원 규모의 추가 재정을 확보하게 되며, 기업 유치 및 인프라 구축을 위한 다양한 인허가 권한도 이양받는다. 건축법을 포함한 44개의 인허가 절차를 단일화하여 개발 속도를 높이고, 대형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도 면제받을 수 있게 된다.
재정뿐만 아니라 교육과 인재 육성 방안도 주목할 만하다. 가칭 ‘대전충남교육센터’를 설립해 산업체와 대학을 연계하고, 공무원 정원의 10%를 유급 학습휴가제로 전환하여 기업 맞춤형 인재 양성을 추진한다. 이로 인해 지방대학의 경쟁력도 강화되고 청년 유입도 자연스럽게 촉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산업 구조 측면에서도 대전의 바이오, 우주, 로봇 산업과 충남의 반도체, 모빌리티 산업이 시너지를 이루며 ‘한국판 실리콘밸리’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단순히 인구 360만의 대규모 지방정부가 아니라, 세계 60위권 수준의 경제도시로 도약할 비전이 제시된 것이다.
3. ‘경제과학수도’로 도약하는 특별시
대전충남특별시는 단순한 광역 행정 단위를 넘어, 명실상부한 ‘경제과학수도’를 지향한다. GRDP 192조 원 규모의 경제력은 수도권을 제외하면 국내 2위이며, 인구 규모는 미국 유타주와 맞먹는다. 이는 외국 자본과 글로벌 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충분한 매력 요소다.
정부 역시 이 통합을 단순한 지역 차원의 변화로 보지 않는다. 행정안전부는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밝히며 특별시가 새로운 국가 성장 거점이 될 수 있도록 정책적, 재정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만큼 국가 차원에서의 기대도 크다.
이러한 기대는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 고령화에 대응한 돌봄서비스 확대, 공공의료 인프라 강화, 고령자 일자리 창출 등 복지 분야도 큰 변화를 맞을 예정이다. 복지 중심의 초광역 생활권 구축이 가능해지면서 도시민과 농촌 거주자 모두에게 삶의 질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
특히 산업단지 조성과 글로벌 기업 유치 정책은 지역경제를 넘어 대한민국 전체 산업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기존의 중소기업 중심 구조에서 첨단 기술기업, 연구기관 중심의 산업구조로 재편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4. 교통망 혁신으로 완성되는 메가시티
대전충남특별시의 또 다른 핵심은 ‘1시간 생활권’을 실현할 교통 인프라다. 충청내륙철도, 대전도시철도, 수도권 전철의 내포 연장 등이 연계되어 초광역 철도망이 구축된다. 보령~대전은 90분에서 40분, 태안~대전은 120분에서 50분으로 단축된다고 하니, 물리적 거리의 장벽이 허물어지는 셈이다.
이는 단순한 교통 편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도농 간 문화·소비·복지의 격차를 해소하고, 은퇴자와 청년 모두에게 살기 좋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도시민은 서해안과 백제 유적지를 쉽게 찾고, 농촌 주민은 대도시 병원이나 문화시설을 더 자주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재는 지자체 간 이해관계 충돌로 인해 도시철도 연장이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통합이 이뤄지면 국비 전액 사업으로 전환될 수 있어 사업 추진이 수월해진다.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도 가능하므로 그야말로 교통망 혁신의 ‘게임 체인저’가 되는 셈이다.
이장우 시장은 “1시간 내 이동이 가능해지면 인적·물적 교류가 활발해지고, 물류와 산업단지의 중심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전도시철도, 순환도로망, 트램 등이 모두 연결되면 대전충남 전체가 하나의 도시처럼 기능할 수 있는 인프라가 완성된다.
대한민국의 지방행정체계는 지금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대전과 충남의 통합은 단순한 행정개편이 아니라, 국가 균형발전, 지역 활성화, 미래산업 육성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풀기 위한 거대한 실험이다. ‘경제과학수도’로서 대전충남특별시가 어떤 성과를 낼지,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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