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무 심는 날, 왜 하필 4월 5일인가요?
매년 4월 5일은 대한민국의 '식목일'입니다. 많은 국민들이 이 날을 '나무를 심는 날'로 알고 있지만, 정작 왜 이날이 식목일이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곤 합니다. 식목일은 단순히 환경 캠페인의 일환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역사적 사건과 계절적 특성, 국토 복원이라는 상징성이 결합된 날입니다.
먼저 계절적인 이유를 살펴보면, 4월 초는 한반도 전역에서 나무 심기에 가장 적합한 시기입니다. 겨울의 찬 기운이 물러가고, 봄비가 내리면서 나무 뿌리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에 이상적인 환경이 조성됩니다. 특히 한랭한 지역에서도 동결 심도가 풀리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조림 사업이 활발히 이뤄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계절만 고려한 날이라면 3월이나 4월 중순도 가능했을 겁니다. 4월 5일이라는 날짜가 갖는 역사적 상징성이야말로 식목일의 진짜 이유입니다. 바로 고려 태조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한 날로 기록된 '4월 5일'이기 때문입니다. 국토를 하나로 통합한 날을 기념하며, 나라를 가꾼다는 의미에서 땅을 일구고 나무를 심자는 취지가 담긴 것이죠.
여기에 더해, 1949년 정부는 전쟁 이후 민둥산이 되어버린 산림을 복구하기 위해 본격적인 조림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으며, 그 출발점을 상징하는 날로 4월 5일이 지정되었습니다. 즉, 식목일은 환경 보호의 개념을 넘어선, 국토 회복과 국가 통합의 상징적인 기념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2. 식목일의 유래와 지정, 그리고 부활
식목일은 1949년 3월 20일, 정부 수립 후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처음으로 제정되었습니다. 당시 산림청 전신인 임업국은 한국전쟁 전후로 황폐해진 산림을 복원하기 위해, 전국 단위의 조림 활동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나무심기 범국민 캠페인'의 날로 식목일이 지정되었고, 같은 해 4월 5일이 첫 식목일로 시행되었습니다.
그 이후 식목일은 국민적 관심 속에 이어졌으나, 2006년부터는 공휴일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정부는 당시 '주 5일 근무제' 확산과 공휴일 정비의 일환으로 식목일을 평일로 전환하였고, 그에 따라 시민들의 체감은 다소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환경보호와 탄소 중립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식목일의 공휴일 재지정 논의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2010년대 후반부터는 각 지자체와 학교,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식목일 행사를 진행하며, 환경교육 및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의 출발점으로 식목일을 재조명하는 흐름이 강해졌습니다. 2021년에는 국회에서 식목일을 다시 공휴일로 지정하자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식목일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라, 한 나라가 식량과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자연에 주목했던 역사적 기억이기도 합니다.
3. 대한민국은 '조림 선진국'이 된 나라입니다
대한민국은 한때 전 국토의 60% 이상이 민둥산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을 거치며 산림 자원은 고갈되었고, 홍수와 가뭄 등 자연재해가 잦았습니다. 이를 극복하고자 정부는 1970년대부터 범국민 식수 운동과 치산 녹화 정책을 추진했고, 식목일은 그 상징이 되었습니다.
그 결과, 1990년대 이후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도 손꼽히는 조림 성공 국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국토의 약 63%가 산림으로 복원되었으며, 이는 경제 성장 못지않은 녹색 회복의 성과로 기록됩니다. FAO(유엔 식량농업기구)에서도 한국의 조림 정책을 개발도상국의 성공 모델로 소개하고 있으며,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한국의 산림 복원 노하우를 벤치마킹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식목일은 단순히 "나무를 심는 날"이 아니라, 우리가 이뤄낸 환경 회복의 집약된 상징이자 미래 세대를 위한 약속이기도 합니다. 오늘날의 녹색 도시와 깨끗한 공기는 바로 이 식목일 운동이 만들어낸 축적의 결과입니다.
4. 기후위기 시대의 식목일, 나무 한 그루의 가치
지금은 단순히 산림을 복원하는 시대가 아닙니다. 탄소중립과 기후위기 대응이 모든 국가와 기업, 개인에게 요구되는 시대입니다. 그 속에서 나무 한 그루의 의미는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습니다.
나무는 자라면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수분을 저장하며, 토양 침식을 방지하고, 생물다양성을 지켜줍니다. 또한 도시 열섬현상을 완화하고, 미세먼지를 줄이는 자연의 공기청정기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오늘날의 식목일은 단순한 환경 운동을 넘어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실천의 날로 해석됩니다.
많은 기업들이 ESG 활동의 일환으로 식목일에 나무 심기 행사를 진행하고, 학교에서는 환경교육과 연계한 교내 나무 심기를 추진합니다. SNS에서는 #식목일챌린지 같은 해시태그 캠페인이 확산되며, 시민들이 스스로 나무를 기부하거나 숲 가꾸기 활동에 참여하는 일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의 영향을 실시간으로 체감하는 지금, 식목일은 일상 속에서 가장 쉽고 효과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녹색 행동이자, 환경문제에 대한 자각을 넓히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5. 우리가 식목일에 할 수 있는 일들
식목일을 단순히 나무를 심는 날로만 기억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가 사는 공간을 돌아보고, 자연과의 관계를 되새기며, 일상 속에서 작은 행동을 실천하는 날로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파트 단지 화단을 정리하거나, 버려진 땅에 들꽃 씨앗을 뿌리는 것, 텃밭을 시작하거나 화분을 돌보는 것 또한 '식목일 정신'의 연장입니다.
또한 가족들과 함께 가까운 도시 숲이나 공원에 나가 숲 해설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어린이들과 나무에 대한 책을 함께 읽는 것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됩니다. 더 나아가 지역에서 진행되는 나무 심기 행사에 참가하거나, 환경단체를 통해 기부 나무심기 활동에 참여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단 하루의 이벤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환경 실천의 출발점으로 삼는 것입니다. 그렇게 할 때, 식목일은 단지 4월 5일이 아닌, 우리의 삶 속에 뿌리내린 가치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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