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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여행다니기

에든버러에서 당일치기로 떠난 글라스고 여행

by 40대 유학&여행 2025.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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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든버러에서 기차로, 글라스고로의 짧고 깊은 이동

2024년 10월, 에든버러에서 3박 4일 머무르던 중 하루는 스코틀랜드의 또 다른 대표 도시, 글라스고를 당일치기로 다녀왔다. 에든버러 웨이벌리(Waverley) 역에서 글라스고 퀸 스트리트(Queen Street) 역까지 기차로 약 1시간 거리. 편도 요금도 부담 없고, 운행 간격도 촘촘해서 하루 일정으로 딱 알맞은 거리다. 아침 일찍 출발해서 저녁에 돌아오는 일정으로 계획을 세우면, 글라스고의 핵심 명소들을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기차로 이동하는 동안 창밖으로 펼쳐진 스코틀랜드의 들판과 언덕은 어느 풍경화 못지않았다. 가을빛이 물든 전원 풍경을 감상하며 짧지만 운치 있는 이동 시간을 보냈다. 글라스고에 도착하자마자 느껴지는 분위기는 에든버러와는 사뭇 달랐다. 고요하고 낭만적인 에든버러와 달리, 글라스고는 산업 도시 특유의 활기와 현대적인 감각이 공존하는 도시였다.

 

도시는 도보로 돌아보기에도 잘 정비되어 있고, 주요 명소들이 도심 내에 집중되어 있어 빠르게 동선을 구성하기 좋다. 특히 역사적인 장소와 현대적인 문화 공간이 한 공간에 섞여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당일치기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밀도 있는 여행이 가능했다.

 

글라스고는 흔히 '스코틀랜드의 산업 수도'로 불리지만, 그 안에는 깊이 있는 예술과 철학, 그리고 위대한 사상가의 흔적도 함께 숨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바로 ‘글라스고 대학교’가 있다.

고딕 건축과 경제철학의 만남, 글라스고 대학교

 

글라스고 대학교(University of Glasgow)는 단순한 교육기관을 넘어, 도시 전체의 문화와 정체성을 대변하는 공간이다.

 

1451년에 설립된 이 대학교는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고등 교육기관으로, 중세 고딕 리바이벌 양식의 캠퍼스는 마치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름답다. 특히 사계절 어느 때에 방문해도 고풍스럽고 웅장한 건축물은 방문객들을 매료시킨다. 아치형 회랑과 탑, 그리고 탁 트인 잔디 광장은 느긋하게 산책하기에도, 사진을 남기기에도 최적의 장소다.

 

이 캠퍼스에서 가장 특별한 의미를 가진 존재 중 하나는 바로 '아담 스미스(Adam Smith)'다. 현대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그는 이곳 글라스고 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국부론』(The Wealth of Nations)의 기초가 되는 사상을 다듬었다. 실제로 그는 글라스고 대학교에서 윤리철학과 논리학을 가르쳤으며, 그의 지적 토대는 이곳에서 탄탄히 쌓였다. 대학교 내에는 아담 스미스를 기리는 흉상이 설치되어 있고, 일부 강의실과 건물은 그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어 있다.

 

특히 ‘아담 스미스 비즈니스 스쿨(Adam Smith Business School)’은 그의 철학적 유산을 잇는 곳으로, 지금도 수많은 학생들이 그의 이름 아래 경제와 경영을 공부하고 있다. 대학교를 산책하며 이런 흔적들을 마주할 때마다, 단순히 "예쁜 캠퍼스" 이상의 역사적 무게감이 느껴졌다. 그의 흔적을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사색에 잠기게 되는 경험이었다.

 

글라스고 대학교를 다녀오고 나면, 이 도시가 단지 산업과 예술의 도시가 아니라, 사상과 철학의 도시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그래서 이 캠퍼스는 단순히 방문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글라스고라는 도시를 이해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시청과 조지 광장, 글라스고의 중심에서 걷다

글라스고 시청(Glasgow City Chambers)과 조지 광장(George Square)은 이 도시의 중심에 해당하는 공간이다. 기차역에서 도보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이곳은 글라스고 시민들의 삶이 모이는 광장으로, 다양한 기념비와 동상이 세워져 있다. 시청은 외관부터 압도적인 크기와 정교한 조각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빅토리아 양식의 건축물은 근대 글라스고의 번영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상징물이다.

 

조지 광장은 유럽식 광장의 전형처럼 느껴졌다. 시민들은 벤치에 앉아 여유를 즐기고, 주변에는 다양한 퍼포먼스와 행사들이 열린다. 여행 당시에는 가을빛이 물든 나무 아래서 버스킹 공연이 열리고 있었는데, 현대적인 도시의 리듬과 전통적인 광장의 정서가 묘하게 어우러져 인상적이었다. 광장을 중심으로 주요 쇼핑 거리와 상점들이 뻗어나가 있어, 동선을 계획하기에도 매우 효율적이다.

 

특히 뷰캐넌 스트리트(Buchanan Street)는 글라스고의 대표 쇼핑 거리로, 유명 브랜드 매장부터 로컬 숍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당일치기 일정이라 쇼핑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는 없었지만, 거리의 분위기만으로도 이 도시의 활력을 충분히 체감할 수 있었다. 유럽적인 세련미와 스코틀랜드 특유의 거친 매력이 혼재되어 있는 듯한 거리였다.

 

이 지역은 글라스고의 행정, 문화, 상업이 한데 어우러지는 곳으로, 도시의 심장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행 중 잠깐 쉬어가기에도, 도시의 감성을 오롯이 느끼기에도 가장 이상적인 공간이었다.

글라스고의 명소와 맛, 하루를 채우는 여행의 밀도

글라스고에서 짧은 시간 동안 꼭 들러볼 만한 명소로는 리버사이드 박물관(Riverside Museum)을 추천하고 싶다. 현대적인 곡선형 외관이 인상적인 이 박물관은 글라스고의 산업과 교통의 역사를 전시하는 공간이다. 실물 크기의 증기기관차, 빈티지 자동차, 선박 등이 전시되어 있어 관람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이가 있다면 더욱 추천하고 싶은 곳이며, 혼자라도 사진 찍으며 산책하듯 둘러보기 좋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명소는 글라스고 대성당(Glasgow Cathedral)이다. 중세 고딕 양식의 이 건물은 성 멍고(St. Mungo)의 무덤이 있는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 중 하나로, 도시의 신앙적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인근의 넥로폴리스(Glasgow Necropolis) 언덕에서는 도시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여 사진 찍기에도 탁월하다.

 

음식점 추천도 빼놓을 수 없다. 점심은 글라스고 대학교 근처의 ‘Ubiquitous Chip’에서 해결했다. 스코틀랜드 전통 요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곳으로, 해기스(Haggis), 스터지(Skink), 현지 농산물로 만든 메뉴들이 눈길을 끌었다. 커피나 디저트를 즐기고 싶다면 ‘The Willow Tea Rooms’를 추천한다. 찰스 레니 매킨토시의 디자인 감성이 살아있는 이곳에서 즐기는 스콘과 얼그레이 티는 글라스고 여행의 마지막을 부드럽게 마무리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짧은 하루였지만, 글라스고는 풍부한 역사, 웅장한 건축, 그리고 철학자의 흔적까지 품고 있는 도시였다. 단순히 구경하는 여행이 아니라, 생각하고 느끼는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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