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영국에서 열린 탈북민 증언 행사
2025년 3월, 세계의 시선이 런던 히드로 공항 화재로 분주한 가운데, 영국 한복판에서는 또 다른 차원의 ‘조용한 울림’이 퍼져 나갔습니다. 바로 북한 인권 문제를 알리기 위한 탈북민 증언 행사였습니다. 런던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열린 이 행사는 국제사회의 눈과 귀를 다시금 북한 내부 현실로 향하게 만들었습니다.
북한이라는 나라를 떠올릴 때 우리는 종종 핵무기, 독재, 폐쇄국가 같은 단어를 먼저 떠올립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 특히 말할 수 없는 고통 속에 묻힌 인권 유린은 너무 오랫동안 조명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번 행사는 그 무거운 침묵을 깨뜨리는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런던에서 열린 북한 인권 행사 – 무엇이 있었나?
이날 행사는 영국 의회와 주요 인권 단체들이 공동 주최했고, 유엔 인권이사회 관계자, 유럽 인권재단, 국제 언론, 그리고 일반 시민들까지 수백 명이 자리를 가득 메웠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일반인들의 자발적 참여가 매우 높았다는 점입니다. 이는 북한 인권 문제가 더 이상 일부 정치인의 이슈가 아닌, 국제사회의 ‘공감과 책임’의 문제로 떠올랐음을 보여줍니다.
무대에 오른 탈북민들의 증언은 단순한 스토리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북한 정권 하에서의 생존, 탈출의 과정, 그리고 자유를 얻기까지의 치열한 여정을 솔직하게 전했습니다. 한 여성 탈북민은 자신이 정치범 수용소에서 겪은 아동 학대와 강제 낙태 경험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흘렸고, 통역을 맡은 자원봉사자조차 잠시 말을 잇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또 다른 발표자는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에 가족을 잃고, 결국 10대 후반에 홀로 국경을 넘은 후 중국에서 인신매매 피해를 겪은 경험을 털어놨습니다. 그는 “사람이 사람으로 대우받는다는 것, 그 자체가 너무 낯설고 놀라웠다”고 말하며 울먹였습니다. 그날, 런던의 공기는 그 어느 때보다 조용했고, 무거웠으며, 진실했습니다.
국제사회, 왜 지금 북한 인권에 다시 주목하나?
북한 인권 문제는 수십 년간 유엔과 국제 NGO, 언론에 의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전쟁, 기후, 세계 경제 위기와 같은 ‘급한 이슈’들에 가려 관심의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불안, 미중 갈등 등의 이슈로 인해 북한 문제는 잠시 잊힌 듯했습니다.
하지만 그 침묵의 공간을 채운 것은, 바로 북한 안에서 여전히 진행 중인 참혹한 인권 유린입니다. 정치범 수용소, 공개 처형, 탈북민 강제 송환, 종교 및 언론의 자유 박탈, 강제 노동 등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영국은 이번 행사를 통해 “인권은 타협할 수 없는 가치”라는 원칙을 국제사회에 다시금 강조했습니다.
영국 외교부 대변인은 행사에서 “북한 주민들은 정치와 군사적 셈법 너머에 존재하는 현실”이라며, 앞으로 인도적 지원 통로를 복원하고 국제 공조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유엔 인권특별보고관도 참석해 “지속적인 관심과 행동만이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단순한 문제 제기를 넘어, ‘행동’으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행사 전반을 지배했습니다.
탈북민들, ‘증언’ 그 이상의 의미
증언은 단순한 말이 아닙니다. 특히 자신의 생존 경험을 세계 앞에 공개한다는 건 고통을 되짚는 일이자, 동시에 그 고통을 누군가 대신 기억해주길 바라는 행위입니다. 이날 무대에 오른 탈북민들은 단지 피해자이기를 넘어서, 인권운동가이자 진실의 전달자였습니다.
행사가 끝난 후 한 탈북민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이 자리에 서는 것이 두려웠지만, 지금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이 나를 대신해 말할 수 없기 때문에 왔습니다.” 이 한 마디는 청중의 심장을 울리는 데 충분했습니다. 영국 시민들은 그들의 용기에 박수로 화답했고, 일부는 직접 행사 후원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날 증언들은 단기적인 감동이나 일회성 이슈가 아니었습니다. 유튜브와 SNS를 통해 전 세계로 확산되었고, 영국 내 한 대학에서는 ‘북한 인권 주간’을 기획 중이며, 국제 인권 포럼에서 이 내용을 정식 의제로 채택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국제사회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제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이런 증언을 들은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북한 인권 문제는 단순히 ‘나쁜 정권’을 비판하는 걸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이 문제는 실존하는 인간의 고통을 다루는 만큼, 보다 구체적인 정책과 연대가 필요합니다.
첫째, 한국을 포함한 자유 민주 국가들은 유엔과 함께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공동 결의안을 정기적으로 상정하고 지지를 확보해야 합니다. 둘째, 중국과 러시아의 탈북민 강제 송환에 대해 강력히 문제를 제기하고, 국제법에 따른 보호 조치를 강화해야 합니다. 셋째, 탈북민 보호 및 정착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국제기구의 예산 지원도 확대되어야 합니다.
또한 일반 시민들도 다양한 방식으로 동참할 수 있습니다. 인권 단체 후원, SNS를 통한 정보 공유, 학교나 직장에서의 관련 교육과 토론 등 ‘작은 행동’들이 모여 여론을 형성하고, 그것이 결국 정부와 국제기구를 움직이는 힘이 됩니다.
마무리 – 외면하지 않는 것, 그것이 시작이다
히드로 공항 화재와 같은 뉴스가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동안, 런던의 한 행사장에서는 수많은 이들이 숨죽여 한 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나는 이제 자유를 얻었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이 갇혀 있습니다.” 그 한마디는 이번 행사의 본질을 요약합니다.
정치는 바뀔 수 있고, 외교적 셈법도 달라질 수 있지만, 인간의 기본권은 타협할 수 없는 가치입니다. 북한 인권 문제는 특정 정권에 대한 정치적 공격이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존중과 연대, 그리고 자유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세계 시민의 책임입니다.
이제는 ‘외면하지 않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행동입니다. 작은 기억, 짧은 공유, 하나의 서명… 모든 것이 모여, 언젠가는 철조망 너머까지 닿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