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는 수많은 아름다운 도시가 있지만, 요크(York)는 특별한 매력을 가진 곳이다. 이곳은 로마 시대부터 이어진 유서 깊은 역사와 중세 시대의 정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마치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느낌을 준다. 요크를 방문하면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 바로 요크민스터(York Minster)와 샘블즈 거리(The Shambles)이다.
2024년 가을, 요크에 오자마자 달려간 곳도 이 두 곳이다. 요크민스터에서는 웅장한 고딕 양식의 건축미를 감상할 수 있었고, 샘블즈 거리에서는 중세 시대의 흔적이 남아 있는 좁은 골목을 거닐며 마치 동화 속 마을에 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요크는 하루 이틀 머물며 천천히 둘러보기에 좋은 도시였고, 시간이 허락된다면 다시 한 번 방문하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곳이었다.
이번 글에서는 요크민스터와 샘블즈 거리의 역사에 자세히 소개해 보려 한다.
요크민스터: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딕 대성당
유서 깊은 역사와 웅장한 건축미
요크민스터는 영국 국교회의 성당 중 가장 크고 중요한 성당이며,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웅장한 고딕 건축물입니다. 요크민스터의 기원은 7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현재의 모습은 13세기에 완성되었습니다. 영국 내 대성당 중에서도 규모가 가장 크고, 고딕 양식의 건축미가 돋보이는 곳이기에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습니다.
성당의 외관은 멀리서부터도 눈에 띌 정도로 압도적이었습니다. 높이 솟은 첨탑과 정교한 조각들, 그리고 벽면을 가득 채운 스테인드글라스가 장엄한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특히, 성당 정면의 세 개의 문과 섬세한 석조 장식은 마치 예술 작품을 보는 듯했습니다. 성당 입구에 가까이 다가가면 문 위쪽에 새겨진 성경 속 장면들이 보이는데, 하나하나의 조각이 마치 살아 있는 듯 정교했습니다.
성당의 규모도 상당했습니다. 내부로 들어서자마자 높은 천장과 끝없이 이어지는 기둥들이 웅장함을 더했습니다. 가만히 서서 천장을 올려다보면, 정교한 리브 볼트(Vaulted Ceiling) 천장 구조가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마치 하늘을 향해 뻗어 나가는 듯한 곡선과 패턴들이 웅장한 분위기를 극대화하고 있었습니다.
이곳은 단순히 예배를 위한 공간을 넘어, 수세기 동안 영국의 역사적 사건들이 펼쳐졌던 장소였습니다. 과거 영국 왕들이 이곳에서 대관식을 올리거나 중요한 국가 행사를 진행했다고 하니, 성당을 걸어 다니는 내내 그 웅장한 역사의 일부가 된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성당 내부의 주요 볼거리
1. 동쪽 창(East Window)
요크민스터를 대표하는 가장 아름다운 요소 중 하나는 바로 동쪽 창(East Window)입니다. 1405~1408년 사이에 제작된 이 창문은 세계에서 가장 큰 중세 스테인드글라스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성당 내부를 은은하게 비추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이 거대한 스테인드글라스에는 성경의 장면들이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으며, 마치 한 편의 성경 이야기책을 펼쳐놓은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히, 빛의 각도에 따라 다양한 색감으로 변하는 유리창은 신비로움을 더해 주었습니다.
2. 장미창(Rose Window)과 서쪽 창(West Window)
요크민스터의 또 다른 명소는 바로 장미창(Rose Window)입니다. 둥근 창의 형태가 장미를 닮아 이렇게 불리는데, 영국 역사에서 중요한 사건을 기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이 창문은 특히 15세기 장미 전쟁(Wars of the Roses) 이후에 제작되었으며, 요크 왕가와 랭커스터 왕가를 상징하는 붉은 장미와 흰 장미의 문양이 담겨 있습니다.
서쪽 창(West Window)도 요크민스터의 명물입니다. "The Heart of Yorkshire(요크셔의 심장)"라고도 불리는 이 창은 아름다운 곡선 디자인이 특징으로, 성당 내부에서 바라볼 때 특히 감동적이었습니다.
3. 중앙 탑(Central Tower)에서 바라본 요크 전경
요크민스터에서 가장 인상적인 경험 중 하나는 바로 중앙 탑 등반이었습니다. 275개의 계단을 올라야 하지만, 정상에서 바라보는 요크 시내의 전경은 그 수고를 충분히 보상해 줄 만큼 멋졌습니다.
탑 정상에서는 붉은 벽돌 지붕이 늘어선 요크 시내의 모습과 멀리 펼쳐진 전원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요크 주변의 들판과 강까지 한눈에 들어와, 마치 과거 중세 시대의 요크를 상상해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샘블즈 거리(The Shambles): 중세 감성을 그대로 간직한 골목길
요크민스터에서 도보로 5~10분 정도만 걸으면, 마치 중세 시대로 돌아간 듯한 골목길이 나타납니다. 이곳이 바로 샘블즈 거리(The Shambles)입니다.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거리 중 하나로 알려진 이곳은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과 삐뚤빼뚤한 목재 건물들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샘블즈 거리의 가장 큰 매력은 중세 시대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거리를 걷다 보면, 양쪽으로 건물들이 기울어져 있어 골목길 위에서 서로 마주 볼 정도로 가까이 붙어 있는 건물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과거 건축 기술의 특징 때문인데, 14세기와 15세기 당시에는 1층보다 2층과 3층이 점점 더 앞으로 튀어나오는 구조로 건물을 짓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이 방식은 건축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었고, 좁은 골목에서도 더 많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샘블즈 거리는 단순한 고풍스러운 거리 그 이상입니다. 원래 이곳은 정육점 거리로 사용되었지만, 현재는 기념품 가게, 마법 테마 숍, 카페, 전통 과자점 등 다양한 가게들이 들어서 있으며,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요크의 대표적인 명소가 되었습니다. 특히, 해리 포터의 다이애건 앨리(Diagon Alley)의 실제 모델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습니다.
샘블즈 거리의 역사와 과거의 모습
샘블즈라는 이름은 오래된 영어 단어인 "Shamel", 즉 정육점 진열대에서 유래했습니다. 이 거리는 원래 요크에서 가장 오래된 정육점 거리로, 중세 시대에는 양고기, 소고기, 돼지고기 등을 판매하는 정육점들이 이곳에 밀집해 있었습니다.
이 당시의 정육점들은 현대적인 냉장 시설이 없었기 때문에, 신선한 고기를 판매하기 위해 가게 앞에 커다란 나무 진열대를 두고 고기를 내놓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거리를 걸어가며 손님들이 직접 고기의 상태를 보고 고를 수 있도록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위생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정육점에서 나온 고기 찌꺼기와 피가 거리로 그대로 흘러내려 악취가 진동했으며, 이는 중세 유럽의 위생 문제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지금은 깨끗하고 아름다운 거리로 변했지만, 500년 전만 해도 샘블즈 거리는 요크에서 가장 냄새나는 거리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냉장 기술이 발달하고 위생 규제가 강화되면서, 샘블즈 거리의 정육점들은 점차 사라졌고, 현재는 그 흔적을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다만 일부 가게에서는 정육점 시절의 흔적을 보존하기 위해 과거의 간판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곳도 있으니, 주의 깊게 살펴보시면 재미있는 발견을 할 수도 있습니다.
샘블즈 거리에서 꼭 가봐야 할 명소
샘블즈 거리에는 독특한 가게와 역사적인 장소들이 많아, 골목을 천천히 걸으며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시간이 됩니다. 그중에서도 반드시 방문해야 할 가게들과 장소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1. The Shop That Must Not Be Named – 해리 포터 테마 기념품 가게
해리 포터 팬이라면 꼭 들러야 할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가게 이름부터 **"The Shop That Must Not Be Named(그 이름을 말할 수 없는 가게)"**로, 볼드모트의 별명을 패러디한 재미있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가게에서는 마법 지팡이, 호그와트 기숙사 머플러, 마법 주문 노트, 스니치 모양의 액세서리 등 다양한 해리 포터 관련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내부 인테리어도 마법 세계를 연상시키는 요소들로 꾸며져 있어, 가게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해리 포터 영화 속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듭니다.
2. The York Ghost Merchants – 요크의 유령 기념품 가게
요크는 영국에서도 유령이 많은 도시로 유명한데, 이를 반영한 독특한 기념품 가게가 바로 The York Ghost Merchants입니다. 이곳에서는 작고 귀여운 도자기 유령 피규어를 판매하는데, 가게에서 직접 손으로 만든 제품이라 같은 디자인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이 가게는 항상 긴 줄이 늘어서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으니, 만약 방문을 원하신다면 아침 일찍 가는 것이 좋습니다.
3. Roly’s Fudge Pantry – 전통 퍼지(Fudge) 가게
영국 전통 간식 중 하나인 퍼지(Fudge)를 맛볼 수 있는 곳입니다. 퍼지는 우유와 설탕, 버터를 섞어 만든 달콤한 캐러멜 같은 디저트로, 부드럽고 쫀득한 식감이 특징입니다. 가게에서는 여러 가지 맛을 시식해 볼 수 있으며, 초콜릿, 소금 캐러멜, 럼 & 레이즌, 바닐라 등 다양한 퍼지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4. The Flax & Twine Café – 앤티크 감성 카페
샘블즈 거리에서 가장 분위기 좋은 카페 중 하나로, 앤티크한 인테리어가 매력적인 곳입니다. 2층 창가 자리에 앉으면 골목을 내려다보며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영국식 스콘과 크림 티(Clotted Cream & Jam)를 함께 맛볼 수 있어, 요크 여행 중 잠시 쉬어 가기에 좋은 장소입니다.
샘블즈 거리에서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순간들
샘블즈 거리에서는 단순히 가게를 구경하는 것뿐만 아니라, 거리 자체가 하나의 문화와 역사를 담고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곳곳에서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거리 음악가들이 연주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바이올린을 켜는 연주자나 전통적인 영국 민속 음악을 연주하는 뮤지션들이 이곳의 분위기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줍니다.
✔ 밤이 되면 샘블즈 거리는 또 다른 분위기로 변합니다. 가게들의 조명이 은은하게 골목을 비추고, 중세풍의 건물들과 어우러져 마치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을 선사합니다.
✔ 일부 가게에서는 중세 시대의 흔적을 유지하기 위해 내부를 그대로 복원해 놓았습니다. 가게 내부의 나무 기둥과 바닥의 돌을 유심히 살펴보면, 수백 년 전에 지어진 건물이라는 것이 실감 나며, 과거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엿볼 수도 있습니다.
마치며
요크민스터와 샘블즈 거리는 각각 웅장한 대성당과 중세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거리로, 요크를 대표하는 명소였다. 요크민스터에서는 시간을 초월한 장엄한 건축미와 역사적인 가치를 경험할 수 있었고, 샘블즈 거리에서는 마치 중세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느끼며 여유로운 산책을 즐길 수 있었다.
런던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요크는, 하루 이틀 머물며 천천히 둘러보기에 좋은 도시입니다. 특히, 중세 영국의 분위기를 온전히 느껴보고 싶다면, 요크 여행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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