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예산 운영 방식은 단순한 지출 계획을 넘어, 정책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고 공공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중요한 도구이다. 전통적인 예산제도는 일정한 틀에 따라 예산을 배분하고 운영하는 방식이었지만, 급변하는 행정 환경과 복잡한 정책 수요를 반영하기 위해 보다 유연하고 성과 중심적인 예산제도가 필요해졌다. 이러한 배경에서 등장한 것이 신성과주의 예산제도(New Performance-Based Budgeting System)이다.
신성과주의 예산제도는 예산 배분을 성과와 계획에 기반하여 운영하는 방식으로, 대표적인 예산제도로 영기준 예산제도(ZBB, Zero-Based Budgeting)와 계획예산제도(PPBS, Planning-Programming-Budgeting System)가 있다. ZBB는 모든 예산을 처음부터 재검토하여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합리적인 예산 배분을 가능하게 하는 방식이며, PPBS는 장기적인 정책 목표와 연계하여 예산을 계획하고 관리하는 체계를 의미한다.
이 글에서는 ZBB와 PPBS의 개념과 특징, 장단점, 그리고 공공부문에서의 활용 방안을 살펴보겠다.
ZBB(Zero-Based Budgeting, 영기준 예산제도): 모든 지출을 처음부터 검토하는 방식
영기준 예산제도(ZBB)는 기존 예산제도와 가장 차별화되는 방식으로, 모든 예산을 처음부터 다시 평가하고 편성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전통적인 예산제도에서는 전년도 예산을 기준으로 증액 또는 감액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ZBB는 과거 예산을 고려하지 않고, 매년 모든 사업의 필요성과 우선순위를 새롭게 평가하여 예산을 편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제도의 핵심 원칙은 "모든 예산을 영(Zero)에서 시작한다"는 개념에서 출발한다. 즉, 정부 기관이 기존 사업을 자동적으로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업을 처음부터 다시 평가하여 필요성이 입증된 사업에만 예산을 배분한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지출을 방지하고, 한정된 재원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ZBB는 단순한 예산 조정이 아니라, 모든 정부 사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즉, 기존 사업이더라도 단순히 연장되지 않고, 매년 사업의 목적, 필요성, 성과를 철저히 분석한 후 예산 배분 여부가 결정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사업이 폐지되거나 축소될 수도 있으며, 새로운 사업이 기존 사업보다 더 높은 우선순위를 가질 경우 예산 배분이 조정될 수 있다.
ZBB의 주요 특징
ZBB는 기존의 예산제도와는 다른 몇 가지 특징을 가진다.
첫째, 모든 예산을 처음부터 다시 검토한다. 기존 사업이라 하더라도 필요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으면 예산을 배정받지 못할 수 있다. 이는 사업의 지속 여부를 철저히 평가하는 과정을 통해 불필요한 예산 낭비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특정 복지 프로그램이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면, ZBB에서는 이를 자동적으로 연장하지 않고 다시 평가하여 필요 여부를 검토하게 된다.
둘째, 사업의 우선순위를 평가하여 예산을 배분한다. 예산 배정 과정에서 모든 사업이 동일한 우선순위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사업별로 평가를 진행하고, 가장 중요한 사업부터 순차적으로 예산을 배정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기존 사업이라고 해도 중요도가 낮으면 예산이 삭감되거나 중단될 수 있으며, 반대로 새롭게 추진해야 할 사업이 기존 사업보다 더 높은 가치를 가진다면 예산 배분이 이루어질 수 있다.
셋째, 성과 중심의 예산 운영이 가능하다. 기존의 전통적 예산제도는 사업의 효과보다는 예산의 지속성과 관리에 초점을 맞췄다면, ZBB는 성과를 중심으로 예산을 배분하는 것이 특징이다. 즉, 각 사업의 기대 성과와 과거 성과를 분석하여 예산 배분 여부를 결정하므로, 보다 효율적인 재정 운영이 가능하다.
ZBB의 장점과 한계점
ZBB의 가장 큰 장점은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효율적인 예산 운영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이다. 기존 예산제도에서는 과거 사업이 자동적으로 연장되면서 비효율적인 사업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ZBB는 모든 사업을 새롭게 평가하여, 가장 필요한 사업에 예산을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정부 지출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특히, 재정이 어려운 시기나 긴축 재정 운영이 필요할 때 효과적인 방식으로 평가된다. 기존의 예산제도에서는 예산 감축이 필요할 경우 모든 부문에서 일정 비율로 예산을 감축하는 방식(일괄 감축 방식)을 사용하곤 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중요도가 높은 사업에도 동일한 수준의 예산 삭감을 적용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진다. 반면, ZBB는 각 사업의 필요성과 성과를 기준으로 평가하여 예산을 조정하므로, 예산 감축 시에도 중요한 사업은 보호할 수 있다.
그러나 ZBB는 행정적 부담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매년 모든 사업을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예산 편성 과정이 복잡해지고 행정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또한, 각 사업의 필요성과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평가 과정에서 주관성이 개입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ZBB는 1970년대 미국 카터 행정부에서 도입되었으나, 행정적 부담과 평가의 어려움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지속되지 못한 사례도 있다. 이후 일부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에서는 ZBB의 개념을 변형하여 적용하는 방식이 시도되었으며, 특정 부문에서만 부분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ZBB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한 조건
ZBB가 효과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객관적인 사업 평가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모든 사업을 처음부터 다시 검토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평가 기준이 필요하며, 사업의 필요성과 성과를 수치화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둘째, 행정적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ZBB는 모든 사업을 매년 처음부터 다시 평가하는 방식이지만, 이를 전면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정부 기관에서는 중요도가 높은 사업이나 신규 사업에 우선적으로 ZBB 방식을 적용하는 선택적 운영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셋째, 정책 목표와 연계하여 예산을 배분해야 한다. 단순히 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과 연계하여 예산을 배분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후 변화 대응이나 디지털 행정 구축과 같은 정책 목표가 설정된 경우, ZBB를 통해 해당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사업을 중심으로 예산을 배정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넷째, 정책 담당자와 예산 편성 담당자의 협력이 필요하다. ZBB는 전통적인 예산 편성 방식과 달리, 개별 부처와 예산 당국 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정책 담당자와 예산 담당자 간의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지원하는 행정적 절차와 IT 기반 평가 시스템이 구축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 ZBB는 정부 재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정책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강력한 예산제도이다. 다만, 행정적 부담과 평가 기준의 모호성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보완책이 필요하며, 정부의 역량과 재정 운영의 특성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적용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을 충족할 경우, ZBB는 정부 재정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지속 가능한 정책을 추진하는 데 중요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PPBS(Planning-Programming-Budgeting System, 계획예산제도): 장기적인 정책 목표와 연계하는 예산 운영 방식
계획예산제도(PPBS)는 장기적인 계획과 정책 목표를 반영하여 예산을 편성하는 방식이다. 전통적인 예산제도가 단기적인 재정 운영에 초점을 맞췄다면, PPBS는 정책의 중장기적 효과를 고려하여 예산을 배분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방식은 단순히 예산을 항목별로 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어떤 정책 프로그램을 추진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이에 맞춰 예산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PPBS는 1960년대 미국에서 처음 도입되었으며, 특히 국방, 과학기술 연구, 사회간접자본(SOC) 개발 등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한 분야에서 효과적인 예산 운영 방식으로 평가되었다. 기존의 전통적인 예산 방식은 연 단위로 예산을 편성하며, 전년도 예산을 기준으로 증감하는 형태를 띠었지만, PPBS는 단순한 연도별 예산 운영이 아니라 정책의 성과를 중점적으로 분석하고, 중장기적 목표에 맞춰 예산을 배분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 제도는 기본적으로 정책 목표와 예산을 연계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예산이 특정 사업이나 프로그램 중심으로 운영되도록 설계되었다. 즉, 개별 사업 단위로 예산을 편성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설정한 장기적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예산을 조정하고, 사업의 성과를 평가하면서 재정 운용을 최적화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보다 체계적인 정책 추진이 가능하며, 예산이 단기적인 정치적 고려나 관료적 경직성에 의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PPBS의 주요 특징
PPBS는 기존의 전통적인 예산 방식과 비교할 때 몇 가지 차별화된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 장기적인 정책 목표와 예산을 연계한다. 예산이 단순한 지출 계획이 아니라,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적인 도구로 활용된다. 예를 들어, 환경 보호 정책을 추진하는 경우, 단순히 환경부의 예산을 연도별로 배정하는 것이 아니라, 향후 10년간 탄소 배출 저감 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필요한 사업과 재정 계획을 수립하는 방식을 적용한다. 이를 통해 정책이 지속성을 유지하며, 일관성 있는 예산 집행이 가능해진다.
둘째, 정책 프로그램 중심으로 예산을 운영한다. 전통적인 예산 방식에서는 개별 사업별로 예산을 배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PPBS는 하나의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사업을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묶어 예산을 배분하는 방식을 취한다. 예를 들어, 교통 인프라 개선 사업을 추진할 경우, 도로 건설, 철도 확충, 대중교통 확대 등의 개별 사업을 따로 예산 배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교통망 개선 프로그램’이라는 하나의 프로그램을 설정하고, 이를 위한 총예산을 할당한 후 세부 사업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셋째, 정책 효과 분석과 평가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진다. PPBS는 단순한 예산 집행이 아니라, 각 프로그램의 성과를 분석하고 정책 목표 달성 여부를 평가하는 것이 필수적인 과정으로 포함된다. 정부는 예산 집행 후 사업 성과를 측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예산을 조정하며, 정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조정한다. 이 과정에서 비용 대비 효과 분석, 성과 평가, 피드백 시스템이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PPBS의 장점과 한계점
PPBS의 가장 큰 장점은 장기적인 정책 목표를 체계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연 단위 예산제도는 단기적인 행정 운영에 적합한 방식이었지만, PPBS는 국가적 차원의 중장기 정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예산을 배분하는 방식을 제공한다. 특히, 국방, 과학기술 연구, 기후 변화 대응, 공공 인프라 구축 등 단기적인 성과 평가가 어려운 정책 분야에서 장기적 전략을 수립하고 예산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유리하다.
또한, 예산의 합리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정책 효과 분석이 포함되므로, 단순한 관행적 예산 집행을 방지하고, 보다 실질적인 성과 중심의 예산 운용이 가능해진다. 예산 배정이 정치적 고려나 특정 집단의 이익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책의 필요성과 효과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므로, 재정 운영의 투명성이 증가한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PPBS는 운영 과정이 복잡하고 행정적 부담이 크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기존의 예산제도에서는 각 부처가 연도별 예산을 제출하고 승인받는 방식으로 운영되었지만, PPBS에서는 각 사업의 장기적인 효과를 분석하고, 정책 목표와 연계하여 예산을 배분하는 추가적인 과정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분석 작업이 많아지고, 행정적인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또한, 정책 목표와 성과를 수치화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일부 정책은 단기적인 효과를 측정하기 어려우며, 특히 사회적 가치나 공공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목표로 하는 정책의 경우,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정책 평가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마지막으로, 환경 변화에 대한 유연성이 부족할 수 있다. PPBS는 장기적인 정책 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따라 예산을 배분하는 방식이므로, 급격한 환경 변화나 예측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예: 경제 위기, 자연재해, 팬데믹 등)에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PPBS를 운영할 때는 긴급 예산 조정 시스템을 병행하여, 예상치 못한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
PPBS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한 조건
PPBS가 효과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와 성과 평가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장기적인 정책 목표를 설정하고 예산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정책 효과를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데이터 관리와 성과 평가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둘째, 정부 부처 간 협력이 필수적이다. PPBS는 개별 부처가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국가 정책 목표와 연계되어야 하므로, 부처 간 협력과 조정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정부 차원의 조정 기구를 운영하거나, 중앙 예산 관리 기관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셋째, 유연한 예산 조정 시스템을 병행해야 한다. PPBS는 장기적인 계획을 반영하는 방식이지만, 급격한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일정 부분의 예산 유연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비상 상황 발생 시 신속하게 예산을 조정할 수 있는 예산 조정 기제와 긴급 예산 기금을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궁극적으로 PPBS는 장기적인 정책 방향과 예산 운영을 연계하여 공공 재정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예산제도이다. 다만, 체계적인 운영을 위해 지속적인 보완과 개선이 필요하며, 정부의 행정 역량과 데이터 분석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결론: 신성과주의 예산제도의 필요성과 운영 방향
ZBB와 PPBS는 기존의 전통적인 예산제도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성과 중심의 예산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신성과주의 예산제도로 평가된다. ZBB는 예산 낭비를 줄이고, 우선순위에 따라 예산을 효과적으로 배분하는 데 유리한 방식이며, PPBS는 장기적인 정책 목표를 반영하여 체계적으로 예산을 운영하는 데 강점이 있다.
그러나 두 제도 모두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평가 기준 마련과 행정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ZBB는 행정적 부담이 크다는 점에서 일부 사업에만 적용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으며, PPBS는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조정 가능성을 열어두는 방식으로 개선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정부 예산제도는 단순한 지출 계획이 아니라, 정책 목표를 효과적으로 실현하고 공공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도구로 작용해야 한다. 따라서 각국 정부는 시대적 요구와 행정 환경에 맞춰 성과 중심의 예산 운영 방식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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