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국가 정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재정적 자원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운용하는 것이 바로 재무행정(Financial Administration)의 핵심이다. 재무행정은 국가의 수입과 지출을 계획하고, 예산을 편성하며, 공공재정을 집행하고 평가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특히 예산제도는 정부가 한정된 재원을 효과적으로 배분하여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산제도는 시대의 변화와 행정의 요구에 따라 발전해왔다. 전통적으로 사용되던 품목별 예산제도와 성과주의 예산제도에서부터, 보다 효율적이고 성과 중심의 예산 운영을 강조하는 신성과주의 예산제도(ZBB, PPBS)까지 다양한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또한, 예산 과정에서 정부의 재정 운영이 민주적 절차를 준수하고 국민의 참여를 보장하는 재정 민주주의(Fiscal Democracy) 원칙도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전통적 예산제도, 신성과주의 예산제도, 예산 과정과 재정 민주주의에 대해 살펴보고, 정부가 예산을 어떻게 계획하고 운영하는지 알아보겠다.
전통적 예산제도: 품목별 예산과 성과주의 예산
과거부터 정부 예산은 재정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공공사업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편성되어 왔다. 가장 기본적인 예산제도로는 품목별 예산제도(Line-Item Budgeting)와 성과주의 예산제도(Performance Budgeting)가 있다.
품목별 예산제도(Line-Item Budgeting)는 정부의 지출 항목을 세부적으로 분류하여 예산을 편성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어떤 항목에 얼마를 지출할 것인지 명확하게 구분하여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인건비, 사무용품비, 시설 유지비 등으로 세분화하여 예산을 할당하는 방식이다. 품목별 예산은 재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부정 사용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지만, 각 지출이 실제로 어떤 성과를 내는지 평가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성과주의 예산제도(Performance Budgeting)이다. 성과주의 예산제도는 예산을 단순한 지출 항목이 아니라, 사업의 성과와 연계하여 편성하는 방식이다. 즉, 정부가 예산을 집행한 후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를 평가하여, 성과가 높은 사업에는 더 많은 예산을 할당하고, 성과가 미흡한 사업은 조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 제도는 정부 지출의 효율성을 높이고, 공공 서비스의 질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지만, 성과 측정이 어려운 공공사업에서는 적용이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신성과주의 예산제도: ZBB와 PPBS
전통적인 예산제도는 예산의 투명성과 성과 관리를 강조했지만, 보다 동적인 환경 변화와 정부의 복잡한 행정 수요를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신성과주의 예산제도(NPB, New Performance-Based Budgeting System)이며, 대표적인 방식으로 영기준 예산제도(ZBB, Zero-Based Budgeting)와 계획예산제도(PPBS, Planning-Programming-Budgeting System)가 있다.
영기준 예산제도(ZBB, Zero-Based Budgeting)는 기존 예산제도와 가장 차별화되는 개념으로, 모든 사업과 지출을 처음부터 다시 검토하여 예산을 편성하는 방식이다. 전통적 예산제도에서는 이전 연도의 예산을 기준으로 증액 또는 감액을 결정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ZBB는 과거 예산을 고려하지 않고, 매년 모든 사업의 필요성과 우선순위를 새롭게 평가하여 예산을 편성한다.
이 방식은 정부 예산 낭비를 줄이고, 불필요한 사업을 정리하는 데 효과적이지만, 매년 모든 사업을 처음부터 재검토해야 하므로 행정적 부담과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한편, 계획예산제도(PPBS, Planning-Programming-Budgeting System)는 장기적인 계획과 정책 목표를 반영하여 예산을 편성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는 정부가 단기적인 지출뿐만 아니라 중장기적 정책 방향과 연계하여 예산을 계획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예를 들어, 국가의 에너지 정책을 수립할 때, 향후 10년간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위한 예산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이 포함될 수 있다.
PPBS는 장기적인 정책과 예산을 체계적으로 연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계획 과정이 복잡하고 유연성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입과 운영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예산 과정과 재정 민주주의
정부 예산은 단순히 돈을 쓰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세금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결정하는 중요한 정책 과정이다. 따라서 예산 과정에서는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고, 정부의 재정 운영이 투명하고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재정 민주주의(Fiscal Democracy)라고 한다.
정부의 예산 과정은 일반적으로 편성, 심의, 집행, 결산 및 감사의 단계로 진행된다.
먼저, 예산 편성 단계에서는 정부가 다음 연도의 예산안을 작성한다. 각 부처는 필요 예산을 제출하고, 기획재정부나 재정 당국이 이를 종합하여 예산안을 확정한다.
다음으로, 예산 심의 단계에서는 국회가 예산안을 심의하고 승인한다. 이는 정부의 재정 운영이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는 원칙을 반영한 것이다.
예산이 승인되면, 예산 집행 단계에서는 각 부처가 승인된 예산을 사용하여 공공사업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는 예산이 계획대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절차도 포함된다.
마지막으로, 결산 및 감사 단계에서는 정부가 예산을 올바르게 사용했는지를 평가하고, 부적절한 예산 사용이 있었는지 감사를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감사원이나 국회가 정부의 재정 운영을 감시하며, 필요할 경우 제도적 개선을 요구할 수도 있다.
재정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예산 과정이 투명하게 운영되고, 국민들이 예산 편성과 운영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어야 한다. 최근에는 정보 공개를 확대하고, 시민들이 직접 예산 편성 과정에 참여하는 주민참여예산제도 등이 도입되어 보다 민주적인 재정 운영이 가능해지고 있다.
결론: 효율적이고 민주적인 예산 운영을 위한 방향
재무행정과 예산제도는 정부가 공공자원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국민에게 보다 나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전통적인 예산제도는 예산의 투명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했지만, 보다 성과 중심적이고 장기적인 전략을 반영하기 위해 신성과주의 예산제도가 도입되었다.
또한, 예산 과정에서 재정 민주주의를 강화하여 국민의 참여와 감시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의 재정 운영이 보다 투명하고 효과적으로 이루어진다면, 공공서비스의 질도 향상될 것이며, 국민의 신뢰 또한 높아질 것이다. 앞으로도 변화하는 행정 환경에 맞춰 지속적으로 예산제도를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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